국내 연구진이 유기태양전지에 사용되는 풀러렌을 고분자로 대체해 신축성과 내구성을 개선한 유기태양전지를 개발했다. 이는 고분자의 유연함과 내구성을 활용한 새로운 기술로 향후 다양한 방향으로의 상용화가 기대된다. 고분자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이번 연구를 본지에서 살펴봤다.
* 자료 : 미래창조과학부
고분자 활용해 유기태양전지 상용화 가능성 높였다
국내 연구진이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및 스마트 안경 등 차세대 플렉서블?웨어러블 전자기기의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는 유기태양전지의 상용화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고 밝혔다. 유기태양전지란 무기물이 아닌 유기(탄소화합물) 재료를 주원료로 사용하는 태양전지를 뜻한다.
연구진은 기존 유기태양전지에 사용되던 풀러렌(Fullerene)을 고분자로 대체하면서 기존보다 신축성은 60배 이상, 내구성은 470배 이상 향상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풀러렌은 탄소원자가 오각형과 육각형으로 이루어진 축구공 모양의 저분자로, 연구진은 이를 플라스틱이나 고무 등 분자량이 매우 큰 화합물로 대체한 것이다.
확연한 내구성 증가 확인
스마트폰 산업에 이어서 차세대 IT 산업으로 최근 웨어러블 및 플렉서블 전자 기기가 각광을 받고 있다. 이러한 플렉서블 전자기기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기기를 구성하는 각각의 소자들이 반드시 유연해야 하며 휴대가 가능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유기태양전지는 가볍고 유연한 유기물 박막을 기반으로 기존 무기태양 전지에 비해 유연하고 가벼운 물리적 특성, 우수한 빛 흡수력, 그리고 낮은 공정단가 등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향후 플렉서블 전자기기의 에너지 공급원으로 응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한편 유기태양전지는 빛 에너지를 흡수하여 이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시켜 줄 수 있는 광 활성층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러한 광 활성층은 전자 주개 물질과 전자 받개 물질로 구성된다.
유기태양전지를 플렉서블 소자로 사용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점은 플렉서블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는 우수한 기계적 내구성의 태양전지 개발인데, 이러한 내구성을 가지고 있는 유기태양전지 개발은 아직까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현재 보고되고 있는 유기태양전지는 일반적으로 전자 주개는 전도성 고분자를, 전자 받개는 PCBM(풀러렌 유도체)을 사용하는 고분자/풀러렌 유기태양전지이다. 하지만 이 유기태양전지의 경우 광활성층에 사용되는 풀러렌의 취성 때문에 플렉서블 소자에 사용될 수 있을 정도의 기계적 내구성을 갖추고 있지 못하며, 또한 이에 대한 기계적 특성 측정이나 메커니즘 이해도 거의 되어 있지 않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새로운 고분자/고분자 유기태양전지 시스템의 개발을 수행함으로써 풀러렌이 아닌 전도성 고분자로 이루어진 광 활성층의 기계적 특성을 처음으로 평가함과 동시에 이러한 광 활성층에 의해 유기태양 전지의 기계적 내구성이 확연하게 증가하는 것을 관찰했다. 이를 통해 고분자/고분자 유기태양전지의 효율 역시 향상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풀러렌 기반의 기존 유기태양전지와 직접적으로 비교했을 때, 고분자/고분자 유기태양전지는 효율뿐만 아니라 기존보다 60배 잘 늘어나면서도 내구성은 470배 이상 향상되어 기계적 안정성 및 유연성이 월등함이 입증됐다.
고분자 사용 시 광전환 효율 증가
본 연구에서는 풀러렌보다 높은 최저준위 비점유 분자궤도의 에너지 레벨을 가지고 있는 N형 전도성 고분자로 고분자/고분자 유기태양전지를 제작해 효율과 기계적 특성을 기존의 고분자/풀러렌 유기태양전지와 비교 및 관찰했다.
뿐만 아니라 본 연구에서 개발한 고분자/고분자 유기태양전지가 높은 효율과 기계적 안정성을 가지는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광 활성층의 모폴로지 특성과 전기적 특성 등도 함께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전자 주개 고분자 PBDTTTPD(수평균 분자량 : 22㎏/mol, 광학 밴드갭 : 2.02eV)와 P(NDI2HD-T)(수평균 분자량 : 48㎏/mol, 광학 밴드갭 : 1.85eV)를 혼합하여 고분자/고분자 유기태양전지를 제작해 이를 PBDTTTPD/PCBM 유기태양전지와 비교를 실시했다(<그림1> 참조).
그 결과 N형 고분자를 사용하였을 때 광전환 효율이 최대 6.64%로, PCBM을 사용하였을 때(6.12%)보다 높은 효율을 나타내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표1> 참조).
이처럼 두 유기태양전지가 효율 측면에서 차이를 보인 이유는 일차적으로 P(NDI2HD-T)의 최저준위 비점유 분자궤도 에너지 레벨이 PCBM보다 더 높게 위치해 소자의 개방 전압 값을 높여주었기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를 더 깊게 살펴보면, PBDTTTPD/P(NDI2HD-T) 블렌드 모폴로지가 잘 형성되어 엑시톤을 효과적으로 분리할 수 있었기 때문에 고분자/고분자 광 활성층이 갖는 다소 낮은 전기 이동도를 보완한 것이다. 이를 통해 본래 PCBM 시스템만큼의 효율을 낼 수 있는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었고, 여기에 앞서 설명한 효과가 더해져서 고분자/고분자 유기태양전지는 더 높은 효율을 낼 수 있었다.
높은 연신률로 신축성 확인
실험에서는 이어 PBDTTTPD/PCBM 광 활성층과 PBDTTTPD/P(NDI2HD-T) 광 활성층의 기계적 특성을 측정해 비교했다. 기계적 특성은 인장 실험을 통해 박막의 인장 탄성률, 박막이 끊어졌을 때의 연신율 그리고 박막의 인성을 측정할 수 있었다(<그림 2> 참조).
인장 탄성률 값이 작을수록 박막이 유연함을 의미하는데, 실험 결과 PBDTTTPD/P(NDI2HD-T) 박막이 PCBM 기반의 박막보다 더 작은 인장 탄성률 값을 갖고 있음이 확인됐다. 연신율은 그 값이 클수록 잘 늘어날 수 있다는 있음을 뜻하는데, 이 연신율의 경우 고분자/고분자 박막이 60배나 더 크다는 것을 관찰했다. 박막의 인성 역시 고분자/고분자 박막이 470배나 큰 값을 나타냈다.
또한 PCBM 시스템에서 PCBM 함량이 높아지면 박막의 기계적 특성이 낮아졌는데, 이를 통하여 PCBM의 취성이 광 활성층의 기계적 특성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반복적인 굽힘 동작에도 전기적 특성 유지
연구팀은 마지막으로 실제 플렉서블 소자가 받을 수 있는 기계적 변형 조건에서 두 시스템이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를 평가하여 플렉서블 소자로의 응용 가능성을 추정하는 실험도 진행했다(<그림 3> 참조). PBDTTTPD/PCBM 박막과 PBDTTTPD/P(NDI2HD-T) 박막을 각각 기판 위에 형성해 굽힘 정도나 횟수를 달리하였을 때 박막의 전기적 특성 변화를 측정함으로써 기계적 변형에 의한 광 활성층의 손상을 알아보는 것이다.
실험하는 박막이 유연하지 못할 경우에는 굽힘에 의해서 박막이 갈라지게 되고, 이는 전기적 특성의 감소로 이어지게 됨을 의미한다. 실험 결과, 고분자/고분자 시스템일 때는 굽힘 정도와 굽힘 횟수가 늘어나도 전기적 특성에 변화가 없었으나, PCBM 기반의 시스템에서는 전기적 특성이 계속해서 감소하는 모습이었다.
따라서 실제로 적용되었을 때 소자에 기계적 변형이 심하게 가해졌다고 하더라도 고분자/고분자 광 활성층은 강한 기계적 내구성을 토대로 손상을 입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
다양한 플렉서블 소자 구현 앞당긴다
이번 연구를 통해 연구팀은 고분자/고분자 유기태양전지가 높은 효율을 내면서 동시에 매우 좋은 기계적 내구성을 가질 수 있음을 증명해냈다.
연구결과를 통해 유기태양전지의 효율과 기계적 안정성을 고분자/고분자 광 활성층을 이용해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음을 확인했으며, 유기태양전지를 실제로 상용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공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또한 이를 토대로 고분자/고분자 유기태양전지에 대한 더 많은 연구가 이루어진다면 유기 디스플레이, 스마트 안경 등 다양한 플렉서블 전자 소자의 구현이 더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라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협동 연구 통해 세계적 성과 거둬
이 과정에서 김범준 교수팀은 새로운 고효율 고분자 태양전지 시스템 개발을, 김택수 교수팀은 개발된 고분자 태양전지의 기계적 특성 분석을 담당하여 협동 연구를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연구진은 “앞으로도 최종적으로 플렉서블 태양전지의 상용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협업해서 기술을 완성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화학공학과 김범준 교수와 기계공학과 김택수 교수가 주도하고 김태수 박사과정 연구원(제1저자) 등이 수행한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 글로벌프론티어 멀티스케일에너지시스템연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 KAIST 기후변화연구허브 사업의 지원으로 진행되었으며, 연구결과는 세계적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10월 9일자(온라인)에 게재되어 전 세계적 관심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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